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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르포] 재개장한 반려견 놀이터 가보니...'입마개'보다 필요한 것은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8-03-12
 [뉴스포스트=김나영 기자] 3월 6일, 만물이 겨울잠에서 깨어난다는 경칩을 맞아 공공 반려견 놀이터 3곳이 겨우내 휴식을 마치고 문을 열었다. 서울 광진구 어린이대공원 구의문주차장 옆에 위치한 반려견 놀이터는 2013년 7월, 서울 시내에서 가장 먼저 들어섰다. 이날 어린이대공원 반려견 놀이터는 아직 수도가 얼고 땅이 굳은 ‘겨울의 표정’을 지었지만, 강아지들은 추위를 잊은 듯 서로 쫓고 쫓기며 활발하게 뛰어다녔다. 체고 40cm를 기준으로 사각형 울타리로 구분된 226평(747㎡)의 들판에는 대형견 3마리, 소형견 10마리가 각자의 놀이터에서 목줄을 풀고 자유롭게 돌아다녔다. 반려견 놀이터에는 벤치·반려견 식수대·쓰레기통 등 기본 시설만 갖춰졌을 뿐 특별한 놀잇감이 없었지만, 강아지들은 끊임없이 달리고, 짖고, 냄새 맡고, 땅을 팠다. 견주들은 주머니에 손을 넣고 몸을 움츠린 채 반려견을 바라보다가 이따금 쓰다듬고, 같이 뛰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폐장을 2시간 앞둔 저녁 6시까지 어린이대공원 반려견 놀이터를 찾은 강아지는 총 88마리. 대부분이 광진구 주민이었지만 경기도 구리시나 서울 용산구·성북구 등 멀리서 찾아온 시민도 눈에 띄었다. 놀이터를 관리하는 왕영진(61·남) 반장은 “평일에는 일 때문에 사람이 적고 주말에 방문객이 많은 편인데, 오늘은 개장 날이라 평소 평일보다 두 배 정도 많이 왔다”고 말했다.

반려견이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 즐거워 어쩔 줄 모르는 모습에 견주들 얼굴에도 미소가 번졌다. 겨울 휴장 전 반려견 놀이터를 매일 찾았다는 임재만(56·남) 씨는 “이곳에서는 목줄을 풀고 마음껏 뛰어놀 수 있어서 강아지가 좋아한다”며 “문 닫는 동안에는 주로 동네 산책을 했는데, 우리 개는 그렇게 큰 개도 아니고 물지도 않는데 사람들이 싫어하는 기색을 보였다”고 말했다.



△ '도그 포비아' 확산... '입마개'는 오히려 공격성 강화할수도


작년 가을부터 이어진 개물린 사고로 ‘도그 포비아(애완견에 대한 공포)’가 확산되면서 반려동물이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아이돌 그룹 슈퍼주니어 멤버 최시원이 기르는 프렌치 불독이 엘리베이터에서 이웃 주민을 물어 패혈증으로 숨지게 한 사건이 기폭제가 됐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2016년 애완견 물림사고는 2017년 1408건. 2014년 676건이었던 것이 불과 4년 만에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후 정부는 체고 40cm 이상의 개나 사람에 상해를 입힌 이력이 있는 개를 관리대상견으로 분류하고 입마개를 씌우도록 강제하는 방안 등을 추진했다.

하지만 반려인을 중심으로 반려견의 공격성을 낮추려는 정부 조치가 오히려 공격성을 증폭시킨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체고가 60cm를 넘는 진돗개(13개월·수컷)을 키우는 김진욱(39·남) 씨는 “사람도 집에만 있다 보면 예민해지듯 동물도 마찬가지다”라며 “강아지가 어릴 때부터 자유롭게 바깥 산책을 하고 친구들을 만나며 사회성을 길러야 하는데, 입마개 시키고 못 돌아다니게 하면 공격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공격적이냐 아니냐는 그 개의 특징이지 개 전체의 특징이 아닌데 체고를 입마개 기준으로 삼으면 대형견은 태어날 때부터 입마개를 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국회입법조사처 유제범 연구원은 지난 2일 발표한 '반려견 안전관리 대책의 주요내용과 향후대책'에서 "화제가 된 연예인 반려견은 체고 25~30cm로 관리대상견 지정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며 "일률적으로 체고 기준으로 관리대상견을 지정할 경우 반려인들의 저항, 반려인과 비 반려인 간의 갈등이 심화될 수 있다"고 입마개 기준의 개선 방향을 제시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입마개’처럼 반려견을 가두는 방안보다 ‘놀이터’처럼 반려견을 풀어두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반려견이 좁은 공간에서 생활하다보면 스트레스가 쌓여 공격성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17년 개·고양이 등 반려동물 보유 가구 비중은 28.1%로 12년(17.9%), 15년(21.8%)에 이어 꾸준히 증가했으나, 현재 운영 중인 반려동물 전용 놀이터는 서울 시내 4곳, 전국 19에 불과하다.



△ 반려동물 놀이터 자리잡으려면 반려인 '주의' 와 비반려인 '인식' 개선 필요

그러나 반려견 놀이터를 둘러싼 반려인과 비(非) 반려인의 이견을 좁히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서울 서초구는 작년 여름 예산 2000만원을 들여 반려견 놀이터를 개장했다가 주민들의 반대로 열흘 만에 철거했다. 인근 주민 김 모(46·여) 씨는 “키우는 사람 입장에서는 제 새끼가 예뻐 보이겠지만 남이 보기에는 시끄럽고 냄새나고 언제 물 지 모르는 위험요소”라며 “자기 집에서 키우는 것까지 막을 수야 없겠지만 반려견이 수없이 드나드는 반려견 놀이터를 집 근처에 짓는 것은 반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반려인과 비 반려인 모두 반려견 놀이터 설립에 찬성하고 위치 선정에 합의해도 반려견 놀이터 착공·운영은 쉽지 않다. 2013년 서울시가 반려견 놀이터 설립에 대한 의견을 물은 결과 월드컵 공원이 선호도 2위에 올랐지만, 월드컵 공원 내에서도 어디에 설치하느냐를 두고 의견이 갈려 부지만 3번이 바뀌었다. 도봉구는 서울시의 자치구 동물복지 활성화 지원을 받아 2017년 10월 반려견 놀이터를 열었지만 아직까지도 폐쇄 요청 민원을 받고 있다.

여기에는 개물림 사고 시 견주가 ‘나몰라라’ 하는 태도가 한 몫 한다. 반려견에 목줄을 채우지 않는 등 방치해놓고, 사람을 공격해도 ‘못 봤다’며 치료나 보상을 제대로 안 하는 식이다. 반려견에 물린 경우 건강보험공단이 피해자에게 진료비를 지급한 후 견주에게 이를 청구하는데,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17년 9월까지 5년간 반려견에게 물린 561명의 진료비 10억원 중 3억원이 미납됐다.
견주의 관리 소홀에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법제도가 미비하다고 지적이 계속되면서, 농림축산식품부는 1월 19일 ‘반려견 안전관리 대책’을 내놓았다. 앞으로는 개에 물려 사망한 경우 견주를 3년 이하의 징역,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상해를 입거나 맹견을 유기한 경우 견주에 2년 이하의 징역, 2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을 방침이다.

서울시 동물보호과 박윤정 주무관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전에는 반려견 놀이터 펜스에 기대서 강아지들을 예쁘게 구경하는 시각이 많았는데, 연예인 반려견 사고 이후 강아지들이 놀이터 안에서 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목줄을 풀고 위험하게 놀고 있다고 손가락질하는 시민이 많아졌다”며 “흡연구역이 활성화되면 흡연구역으로 지정되지 않은 곳에서는 담배 피우지 않는 게 당연한 문화가 되듯, 반려견 놀이터가 정착되면 목줄은 반려견 놀이터에서만 풀어야 한다는 근거가 생길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견주들이 반려견 놀이터 근처에서 목줄을 풀어버리는 경우가 있는데 근처에 지나가는 비 반려인들은 놀랄 수밖에 없다”며 “견주들이 앞장서 반려견 놀이터로 이동하는 중에도 펫티켓을 지키고, 시 차원에서도 동물보호단체 등과 협업해 시민들에게 반려견 놀이터가 혐오시설이 아니라는 홍보·계도활동을 펼친다면 반려견과 공생하는 문화가 자리잡을 것이다”라고 말했다.김나영 기자 nwhykim@nate.com

출처 : 뉴스포스트(http://www.newspost.kr)
(출처 : http://www.newspost.kr/news/articleView.html?idxno=618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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