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대전 유성구 궁동 충남대 중앙도서관에서 학생들이 심리상담용 자동판매기 ‘청춘택배’에서 상품을 고르고 있다.

지난달 30일 오전 대전 유성구 궁동 충남대 중앙도서관. 이 대학 2학년 김순표씨(22)가 도서관 1층에서 자동판매기에 500원짜리 동전을 넣고 담뱃갑 크기의 택배 모양 상자 하나를 꺼내 들었다. 겉면에 ‘공부 핵노잼(매우 재미없음을 뜻하는 신조어)’이라고 적힌 상자 안에는 3장의 카드와 비타민·사탕 1개씩이 들어 있었다. 카드에는 공부에 지친 모습을 재치있게 표현한 그림과 함께 ‘즐기면서 조금씩 나아가세요. 당신의 선택을 응원합니다’라는 글귀가 담겨 있었다. 

‘청춘택배’로 불리는 이 자판기는 지난 7월 학교 도서관에 처음 등장했다. ‘니얼유(Near You)’라는 청년기업을 창업한 이 대학 심리학과 졸업생과 재학생들이 담배 자판기로 만든 심리상담 자판기다. 자판기에는 학업과 취업, 연애 문제 등 학생들이 자신의 상황과 고민 유형에 맞춰 선택할 수 있는 20가지 상자가 들어있다. 

선택 항목은 ‘장래희망은 취업’, ‘다크서클이 무릎까지’, ‘연애 쫄보(재주가 없는 사람)’ 등으로 익살스럽게 표현돼 있다. 상자에는 각각의 심리 상태를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글귀와 그림 등이 담겨 있고, 운이 좋으면 학교 인근 카페 이용권이나 공연 티켓 같은 선물도 덤으로 얻을 수 있다.

이정환 니얼유 대표는 “친구와 선·후배들을 만나보면 다들 다양한 고민과 스트레스를 안고 살지만 마땅히 풀어놓을 곳이 없어 답답해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동시대를 사는 청년들의 고민과 아픔을 공유하고 가까운 곳에서 위안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찾다 청춘택배를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청춘택배에 대한 학생들의 호응도 좋다. 지금까지 3000개 이상이 팔렸고, 최근에도 매일 꾸준히 30∼50명이 자판기를 이용한다. 그동안 판매된 청춘택배 중에서는 학업과 연애 문제에 대한 고민을 담은 ‘공부 핵노잼’과 ‘연애 쫄보’가 50% 이상을 차지한다. 대학생들의 가장 흔한 고민을 엿볼 수 있다. 이날 청춘택배를 이용한 김씨는 “도서관에 앉아 공부하다 힘들고 답답할 때 재미 삼아 이용하면 힘도 나는 것 같고 위로가 된다”고 말했다. 

니얼유는 청춘택배 이용자들이 보다 자세한 심리상담을 원하면 전문상담기관과 연결해 주는 일도 한다. 이 대표는 “심리적 치유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가장 가까운 곳의 마음 전문가를 연결해 준다는 목표로 창업했다”고 말했다.